반응형

지금은 유튜브 세상



마크 베르겐 기자의 책 '구독, 좋아요, 댓글'의 부제는 '세계를 지배하게 된 유튜브의 혼란스러운 부상'이에요. 지금 유튜브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미디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유튜브의 현재 위상을 보여주는 숫자를 한번 정리해볼게요. 

 

288억달러(41조원) : 유튜브의 2021년 광고 매출.

40억달러(5조7000억원) : 유튜브가 2020년 음악업계에 준 저작권료.

7억시간 : 한 달 동안 스마트TV를 통해서 사람들이 유튜브를 본 시간.

200만명 : 유튜브 광고 수익을 공유하는 크리에이터의 숫자.

500시간 : 1분에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의 길이 (2019년 기준).

 

이 숫자에서 알 수 있는 것!

 

유튜브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동영상 광고판 중 하나. 우리나라 전체 광고시장이 온라인 오프라인을 모두 합해서 14조원인데 유튜브 하나의 광고 매출이 41조원! 
유튜브는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음악 플랫폼 중 하나.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같은 스트리밍 사이트의 가장 큰 경쟁자이면서 사람들이 음악을 듣는 가장 중요한 서비스!  
유튜브는 사람들이 TV스크린으로 보는 가장 중요한 채널 중 하나. 사람들은 큰 TV 화면으로 기존 방송국 채널이나 OTT가 아니라 유튜브를 보고 싶어해요. 
유튜브는 크리에이터들의 가장 중요한 수익원 중 하나. 탈 유튜브를 하는 크리에이터도 많지만 유튜브 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주는 곳은 없다고 하죠.  
유튜브는 ‘인류의 모든 시각적 경험을 쌓아두는 저장소‘(Visual Repository of Human Memories)'가 됐어요(책에 나오는 표현이에요). 지금 인류가 눈으로 보는 모든 것들이 유튜브에 있어요. 요즘은 인터넷 이전 시대의 영상들도 아카이빙이라는 형태로 유튜브에 올라오고 있어요. 

최초의 유튜브 영상. 영상 속 사람은 창업자 자위드 카림.
짧게 보는 유튜브의 역사(짧유사)유튜브는 200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채드 헐리, 스티브 첸, 자위드 카림 세 사람에 의해서 설립되었어요. 세 사람은 페이팔에서 일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인터넷을 통한 동영상 공유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고, 2005년 4월23일 첫 비디오인 ‘Me at the Zoo’를 올렸습니다. 이처럼 사용자들이 올리는 콘텐츠를 우리는 UCC(User Created Contents)라고 불렀었죠. 

 

서비스를 시작하고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던 유튜브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회사가 있었는데요. 바로 테크업계에서 고속성장하고 있던 구글. 구글은 구글 비디오라는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유튜브를 이길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2006년 유튜브를 16억5000만달러(2조3600억원)에 인수해 버리죠. 

 

일단 저작권 문제부터 빠샤!

초기 유튜브가 가장 머리를 쥐어싸며 고민했던 것은 저작권 문제였어요. 유튜브는 누구나 동영상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우연히 저작권이 있는 동영상을 올릴 수가 있었죠. 그러자 저작권을 가진 회사들이 유튜브가 저작권 침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소송을 제기했어요. 그 중 하나가 미디어 거인이었던 비아컴(현 파라마운트). 소송은 자그마치 7년간이나 지속됩니다.

 

이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유튜브가 내놓은 기술이 ‘콘텐트 ID’. 각 저작권자에게는 콘텐트 ID가 부여되는데, 유튜브에 영상이 올라올 경우 음악이나 영상의 저작권자가 누구인지 자동으로 분류가 됩니다. 예를 들어 유명한 가수의 노래를 커버했다면 그 노래의 저작권자에 해당하는 콘텐트 ID가 나오고, 영상에서 나온 수익도 그 저작권자에게 가게 됩니다.아랍어 자막이 들어간 강남스타일 영상에 표시된 저작권자. 
다음엔 광고시장을 장악한다..

저작권 문제 다음으로 유튜브가 고민했던 것은 바로 광고. 구글에 인수될 때만 해도 유튜브는 크게 수익을 내지 못했죠. 검색광고로 돈을 벌어봤던 구글은 ‘구글 애드워즈’를 만들고 '구글의 3인자'로 불리기도 한 살라 카만가르를 2010년 유튜브의 CEO로 보내게 됩니다. 창업자 채드 헐리가 물러나고 진정한 ‘구글 속 유튜브’의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유튜브의 광고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서 ‘유튜버’라는 이름의 사람들이 부상하기 시작합니다. 유튜브는 2007년부터 높은 조회수의 영상을 올리는 사람들과 광고 수익을 공유하기 시작했거든요. 바로 ‘크리에이터 경제’의 시작입니다. 처음에 유튜브는 넷플릭스처럼 헐리우드 스튜디오가 만드는 높은 수준의 영상을 올리고 싶어 했다고 해요. 그래야 그런 영상에 대기업들의 광고가 붙을 테니까요. 하지만 막상 유튜브 시청자들이 열광했던 것은 개인의 일상을 담거나, 가볍게 볼 수 있는 영상이었다고 해요. 그런 영상을 올렸던 사람들은 유튜브에서 공유해주는 광고수익으로 부자가 되는 ‘유튜버’들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람이 2013년 구독자 수 전세계 1위에 오른 ‘퓨디파이(PewDiePie)’. 스웨덴 출신의 1989년생 남성 펠릭스 셸버그입니다.

 

2014년 새로운 사람이 유튜브의 CEO로 오게 되는데요. 바로 지금도 CEO를 맡고있는 수잔 보이치키. 구글은 수잔 보이치키의 집 창고에서 창업한 회사이고, 그녀의 여동생인 앤 보이치키는 구글의 창업자 중 한 사람인 세르게이 브린과 결혼하기도 했을 정도죠. 그만큼 구글에서는 ‘로열 패밀리’였던 사람(세르게이 브린과 앤 보이치키는 2015년 이혼했어요)이 바로 수잔이었죠. 이 분이 바로 수잔 보이치키! <박막례할머니>
이 많은걸 다 어떻게 들여다봐

하지만 보이치키가 부임한 이후 유튜브는 본격적으로 성장통을 겪기 시작합니다. 자유롭게 영상을 올릴 수 있는 유튜브는 언제나 위험한 영상이 올라올 수 있었어요. 유튜브는 이를 기술과 사람의 힘으로 막아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인 경우가 많았어요.

 

2014년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가 시리아 무장단체 ISIS에 참수당하는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옵니다. 😱 2019년에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백인우월주의자가 이슬람 사원에서 총기를 난사한 영상이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 이런 영상들의 문제점은 첫 영상을 지운다고 해도 이 영상을 시청한 사람이 이를 저장해서 다시 올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에요. 비슷한 모든 영상을 지운다? 그러다가 언론사가 올리는 보도영상까지 지워버릴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정밀한 작업이 필요합니다. 
유튜브는 AI 뿐만 아니라 각 언어권의 사람을 하청업체를 통해서 고용해서 이같은 모니터링을 하고있다고 해요. AI가 완벽하게 할 수 없는 일을 사람이 하는 거죠. 2018년 기준 이런 모니터링 인력의 숫자만 전 세계에 10만명에 달했었다고 합니다.  

큰 키즈채널들은 이미 대형 미디어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Cocomelon>
광고주와 부모님 중 누가 더 무섭나 

유튜브의 가장 큰 시청자이면서 가장 큰 약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아이들(Kids)입니다. 지금도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채널과 가장 많은 조회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곳에서 나오고 있다고 해요. 

 

유튜브는 2017년 ‘애드포칼립스(Adpocalypse)’와 ‘엘사게이트(Elsagate)’라는 두 가지 큰 위기를 경험하게되는데요. 전자는 유튜브가 걸러내지 못한 부적절한 영상에 ‘광고’가 붙으면서 광고주들이 유튜브 광고를 보이콧했던 사건이에요. 이는 곧 크리에이터들의 수익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당연히 크리에이터들은 분노했고 유튜브의 플라이휠이 멈출 뻔했죠. 

 

후자는 뭔가 좀 꺼림찍한 영상들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튜브 채널들에 쏟아져나왔던 사건이에요. 영상 속 캐릭터는 디즈니 ‘겨울왕국’의 엘사인데 뭔가 아이들 같지 않고 어른 같은 행동을 하는 거에요. 이런 자극적인 영상들이 쏟아지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래서 ‘엘사게이트’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트럼프가 와도 이제는 노딱! 

테러리스트들의 동영상에 우리 회사 광고가? 우리 아이들이 이런 영상을 본다고? 두 사건으로 인해 유튜브는 미국에서 언론과 여론으로부터 십자 포화를 맞았습니다. 유튜브는 엘사게이트로 인해 2019년에는 미국 FTC로부터 1억7000만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받았고 이후 키즈 동영상에는 매우 엄격한 정책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는 두 사건 이후 구독자 1000명이상, 시청시간 4000시간을 달성해야만 수익창출을 할 수 있도록 유튜브파트너프로그램(YPP)을 개정했고, 지금도 이 규정은 유지되고 있어요.
잔인한 영상이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상과 달리 유튜브에서 검열이 어려운 것이 바로 정치관련 동영상이에요. 원래 유튜브는 정치는 시청자의 판단에 달려있는 것이라고해서 거의 개입하지 않았죠. 하지만 유튜브 내에서 전파된 극우파의 메시지가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하고, 2021년에는 이들이 미 국회의사당까지 난입하면서 지금 유튜브는 정치적인 결단을 꽤 적극적으로 내리고 있습니다. 정치적인 채널을 폐쇄하거나 소위 노란딱지(수익제한조치)를 붙이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유튜브는 이제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미디어이기 때문이죠.  유튜브가 스스로 말하는 알고리즘 <Youtube Creator>

 

https://www.youtube.com/watch?v=hPxnIix5ExI

유튜브 알고리즘은 어떻게 작용하나 

 

마크 베르겐이 쓴 책을 통해 유튜브의 역사를 보면 '플랫폼'기업이라는 것이 어떻게 탄생하고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게 되는지를 알 수 있어요. 재미있는 것은 책의 부제인 '세계를 지배하게된 유튜브의 혼란스러운 부상'처럼 유튜브도 매우 혼란스러운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했다는 점이에요. 유튜브라는 회사의 목표와 비전은 있었지만 그것이 이뤄지는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어요. 우왕좌왕 천방지축. 이곳저곳에서 터지는 문제를 해결하고, 경쟁자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다보니 어느새 세상을 지배하고 있게된거죠. 
하지만 플랫폼으로서 유튜브가 생태계를 어떻게 콘트롤 하는 지를 잘 보여주는 부분도 책에서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바로 사람이 아닌 기계(machine)를 통해서 플랫폼을 움직인다는 거죠. 유튜브는 자신들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를 달성하는 동영상에 가중치를 주는 방식으로 크리에이터들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어요. 또, 인공지능을 추천 알고리즘에 도입해 시청자들이 계속 콘텐츠를 시청하도록 유도하고 있어요. 이 기막힌 추천 알고리즘은 우리가 유튜브를 시청하느라 늦게 잠이 드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플랫폼의 우선순위는 달라진다

초기에 유튜브가 중요하게 봤던 것은 조회수였다고 해요. 하지만 유튜브는 내부분석을 통해 2012년 가장 중요한 지표를 ‘시청시간’으로 바꿨습니다. 어째서일까요? 계속 다음 영상을 추천하는 유튜브의 특성 상 한번 클릭해 보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시청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목이나 썸네일로 클릭을 유도하는 짧은 영상들은 힘을 잃고, 사람들을 오래 시청하게 만드는 영상들이 유튜브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과거보다는 영상의 퀄리티도 올라갈 수 있었죠. 늘어난 시청시간이 광고에 도움이 된 것은 당연했습니다.

 

최근에 유튜브의 우선 순위는 ‘쇼츠’로 바뀌었어요. 틱톡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유튜브가 견제하기 시작한 것인데요. 지난 달 부터 쇼츠 영상에 대해서도 수익창출이 가능하게 해줬을 뿐만 아니라 쇼츠로 90일동안 1000만뷰만 달성하면 수익창출을 할 수 있게 파트너 프로그램을 바꿨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유튜브에서 쇼츠가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알고리즘 외에도 유튜브의 기술이 바꿔놓은 것은 많습니다. 자막을 자동으로 달아주거나(오토 캡션), 시청속도를 조절하는 기능(플레이백 스피드), 댓글에 영상의 시간을 넣어서 클릭하면 바로 이동할 수 있는 기능(타임스탬프) 등 유튜브의 기술은 우리의 시청경험을 많이 바꿔놨습니다.

 미국 10대들은 틱톡보다 유튜브를 더 많이 씁니다.  <퓨리서치>
유튜브 천하 얼마나 오래갈까?

2020년~2021년 팬데믹 기간은 모든 테크 기업들에게 엄청난 기회였습니다. 유튜브도 마찬가지였죠. 팬데믹 기간 사람들이 하루에 시청한 유튜브는 4억5000만시간. 전년대비 80%나 늘어났습니다. 유튜브는 유로 구독자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요. 2021년9월 기준 유튜브 프리미엄과 유튜브 뮤직을 합한 구독자 수가 5000만명이 넘었습니다. 
저 역시도 팬데믹을 거치면서 유튜브 사용이 크게 늘어났는데요. 팬데믹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유튜브의 지배력은 여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째서일까요? 
첫째, 유튜브는 '전기'처럼 우리 생활의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가 24시간 곁에 두고 사용하는 스마트폰에서 유튜브는 매우 높은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경우 유튜브는 카카오톡 다음으로 사용빈도가 높고, 사용시간은 카카오톡보다 2배이상 많습니다. 
둘째, 유튜브는 알고리즘을 통해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신박한 콘텐츠 들을 계속 시청자들에게 공급해주고 있습니다. 예전과 달리 방송국이나 엔터테인먼트 회사같은 IP를 소유한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유튜브에 자신들의 콘텐츠를 올리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유튜브만 봐도 TV를 보는 것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셋째, 유튜브는 대기업의 장점을 살려서 느리지만 일단 움직이면 매우 강력한 힘으로 경쟁자를 따돌리고 있습니다. 유튜브는 이전에 페이스북 비디오의 도전을 물리친 적이 있고, 이번에는 틱톡의 도전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틱톡을 소유한 바이트댄스는 아직 비상장 회사. 지금 투자를 유치하기도, 상장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막강한 현금창출력이 있는 유튜브가 숏폼 경쟁에서 유리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반응형

+ Recent posts